- 정부 부동산 대책, 공급 확대 방향은 옳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공동체뉴스 발행인 겸 칼럼리스트)
정부가 13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와 신규택지 확보, 공공택지 사업기간 단축, PF를 비롯한 주택공급 금융지원 확대 등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정부 정책의 중심이 세금과 대출을 통한 수요 억제에서‘실질적인 공급 확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발표한 공급 숫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23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숫자가 아니다.
“내가 살고 싶은 곳에 언제 집이 나오는가”가 중요하다.
착공은 공급이 아니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해도 택지 발표에서 지구지정, 보상, 인허가, 착공, 준공을 거쳐 실제 국민이 입주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공공택지의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 수준으로 단축하겠다고 한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단어가 있다.
‘착공’이다.
착공은 입주가 아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은 몇 년 뒤 공사를 시작할 집이 아니라 지금부터 1년, 2년, 3년 후 실제 입주할 수 있는 집이다.
따라서 정부는 총 공급계획과 함께2027년·2028년·2029년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이 어느 지역에 얼마나 공급되는지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필자는 이를 ‘대한민국 주택 입주 캘린더’로 만들어 매월 공개할 것을 제안한다.
정책의 성과를 발표 물량이 아니라 실제 입주 물량으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서울 한 채와 수도권 외곽 한 채는 같지 않다!
또 하나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것이 있다.
부동산에서 주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서울 강남의 한 채, 마포의 한 채, 수도권 외곽의 한 채가 시장에서 동일한 한 채일 수 없다.
일자리와 교육, 교통, 의료, 문화시설이 집중된 지역으로 사람이 몰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수요가 집중되는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역의 공급부족을 수도권 외곽 신도시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면수도권 전체 주택 수는 증가하는데 서울 집값은 계속 상승하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공급정책을 성공시키려면 '얼마나 많이 짓느냐' 못지않게'어디에 짓느냐'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을 투기가 아닌 공급의 관점에서 보자!
서울에 새로운 대규모 택지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답은 기존 도시 안에서 찾아야 한다.
재건축과 재개발, 역세권 고밀개발, 준공업지역 재편, 노후 상업지역의 주거복합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다.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증가한 개발이익의 일정 부분을 공공이 환수하는 것이다.
민간에게 사업할 이유를 만들어주고 그 대가로 늘어난 주택 가운데 일부를 청년주택·공공주택·장기임대주택으로 확보하면 된다.
민간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반드시 대립시킬 필요는 없다.
민간에게 이익을 허용하되 그 이익의 조건을 '더 많은 주택 공급'으로 만들면 된다.
대출을 막으면 현금부자가 유리해진다!
정부가 반드시 다시 생각해야 할 부분이 금융정책이다.
투기성 대출을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획일적으로 대출을 막는 것이 과연 공정한 정책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주택을 두 사람이 사려고 한다.
한 사람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등을 포함해 현금 8억원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은 현금 2억원밖에 없지만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소득이 있는 30대 청년이라고 가정해보자.
대출을 강하게 막으면 누가 집을 살 수 있겠는가.
결국 현금이 많은 사람이 유리하다.
이것은 투기를 막는 과정에서 오히려자산이 없는 청년의 내 집 마련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금융규제 역시 획일적이어서는 안 된다.
다주택자의 투기 목적 대출에는 강력한 규제를 유지하되 무주택자·생애최초 구매자·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게는소득과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금융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
매매만 잡다가 전월세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전월세 시장도 함께 봐야 한다.
임대인에 대한 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기존 주택이 임대시장에서 빠지거나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 결국 그 부담은 세입자에게 돌아간다.
정부의 목적은 임대인을 벌주는 것도,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명분만 내세우는 것도 아니어야 한다.
좋은 임대주택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시장에 공급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장기임대를 유지하는 임대인에게 합리적인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청년과 직장인이 많이 거주하는 역세권·대학가·산업단지 주변에는 소형 임대주택을 대폭 공급해야 한다.
부동산은 세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와 완화를 반복했다.
집값이 오르면 세금을 올리고 대출을 막았다.
경기가 나빠지면 다시 규제를 풀었다.
그리고 시장이 살아나 가격이 오르면 또다시 규제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정책을 신뢰하기보다다음 정부가 정책을 또 바꿀 것이라고 예상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더 큰 문제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정책수단은 세금도 대출도 아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정부가 국민에게 만들어야 할 믿음은 하나다.
“지금 집을 사지 않아도 앞으로 내가 원하는 곳에 집이 계속 공급될 것이다.”
이 믿음이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오늘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살 수 없다는 불안에서 벗어난다.
반대로 아무리 정부가 공급대책을 발표해도 국민이 “결국 서울에는 집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가격 상승기에 다시 매수세가 몰릴 수밖에 없다.
이제 부동산 정책의 질문을 바꾸자!
정부의 이번 공급 확대 방향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공급 중심으로 정책의 무게를 이동시키는 것은 필요한 변화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몇 채를 공급할 것인가”에서
“어디에 언제 입주할 집을 만들 것인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의 인허가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역세권과 도심의 용적률을 과감하게 높이며, 민간이 주택을 공급할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
대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일부는 공공이 환수해 청년주택과 공공주택으로 돌려야 한다.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상환능력에 맞는 금융의 길을 열어주고 투기성 금융에는 강력한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매달 국민에게 실제 입주물량을 공개해야 한다.
결국 좋은 부동산 정책은 집값을 억지로 누르는 정책이 아니다.
집값이 급등할 이유를 없애는 정책이다.
집이 부족하면 집을 짓고,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공급이 부족하면 그곳에 더 많이 짓고, 청년에게 자산이 부족하면 투기가 아닌 내 집 마련을 위한 금융의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이 이제는 이념의 영역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을 가진 국민과 가지지 못한 국민을 갈라놓는 정치가 아니라, 집을 필요로 하는 국민에게 실제 집이 공급되는 정책으로 가야 한다.
공급 숫자를 발표하는 정부에서 실제 입주할 집을 만드는 정부로.
집값을 억누르는 정책에서 국민의 집 걱정을 줄이는 정책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청년들에게 다시“열심히 일하면 나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돌려주는 정책으로 가야 한다.
그것이 오늘 발표된 부동산 대책이 앞으로 반드시 보완해야 할 방향이다.
이문영 | 공동체뉴스 발행인 겸 칼럼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