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정부의 규제 정책은 왜 집값을 잡지 못했는가. 글로벌 유동성, 공급 부족, 그리고 서민경제의 현실을 다시 묻는다.

기고문:유동기원장
부동산 가격, 세금과 규제로 잡을 수 없다.
진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정부는 집값 상승을 ‘투기’와 ‘불로소득’, 나아가 ‘경제성장의 적’으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세금 폭탄과 대출 규제를 쏟아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집값은 늘 폭등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 기준으로 진보 정부였던 김대중 정부 때 38%, 노무현 정부 때 약 90%, 문재인 정부 때 약 120% 상승했다. 반면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 때는 약 7%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 때 21%, 윤석열 정부 때 1% 상승에 그쳤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겠다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 실거래가 신고제, DTI·LTV 대출 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고강도 규제책을 쏟아냈으나 집값은 거꾸로 치솟았다.
당시 1990년대 말 주식시장을 달궜던 IT·인터넷 기업들의 거품(닷컴 버블)이 2000년 봄부터 꺼지기 시작했고, 2001년 9·11 테러까지 터지면서 세계 경제가 급격한 경기 침체 공포에 휩싸였다.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로 풀린 글로벌 유동성은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강타했다.
당시 중진국 수준이었던 한국이 이러한 거대한 글로벌 유동성을 방어해 집값을 잡는 것은 애초에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집값을 잡겠다며 2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토해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역대 최고치인 120%나 올랐다.
정책을 쏟아낸 횟수에 비례해 집값이 오른 셈이다. 이 시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여 지속되면서 주요 4개국(G4: 미국·유로존·일본·영국) 중앙은행의 자산이 폭증했다. 팬데믹 직전인 2020년 1월 약 15조 달러 수준이었던 총자산 규모는 무제한 국채 매입 등 긴급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불과 1년여 만에 25조 달러를 넘어섰다.
약 10조 달러(한화 약 1경 3,000조 원 이상)라는 막대한 유동성이 단기간에 지구촌에 살포된 것이다.
전 세계가 이 초유의 양적완화를 헤지하는 과정에서 돈은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대표적 실물자산인 부동산으로 대거 흘러들어갔다.
최근 들어선 이재명 정부 역시 실수요 보호, 투기 수요 차단, 보유세 강화를 기본 골격으로 삼았다.
가계부채 관리를 명목으로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였으며, 갭투자를 막기 위해 실거주 의무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유지했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세금도 대폭 늘리고 대출의 수도꼭지도 꽁꽁 틀어막은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똑같은 아이러니의 반복이었다.
출범 후 1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약 11% 상승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첫 1년 상승률(8.2%)이나 이명박 정부(5.4%)를 상회하는 수치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도심 신축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결핍 위에, 누적된 전세대출 자금과 규제가 유발한 '매물 잠김', 그리고 '상급지 쏠림' 현상이 결합해 집값을 다시 끌어올렸다.
여기에 최근 반도체 대표주의 급등으로 번 돈까지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유입되어 서울 핵심 지역의 집값을 자극했다. 정부는 주식시장을 부양해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 했으나, 시장은 주식이 과상승 구간에 진입하자 이익을 실현해 다시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 환류시켰다.
결론적으로 역대 진보 정권이 세금과 규제로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 했던 시도는 매번 참패로 끝났고, 이는 정권을 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참패의 본질은 한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초저금리가 실물자산으로 자금을 유입시켰기 때문이다. 자본 이득을 찾아 움직이는 유동성의 생리를 외면한 채,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는 학습효과만 남겼다.
대중은 자산을 지키기 위해 소극적으로는 증여와 버티기로 대응하고, 적극적으로는 정책에 반발하는 민심으로 돌아섰다. 선거 때마다 설문조사로 잡히지 않는 민심이 표출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대 정부의 강고한 규제 정책 속에서 정작 돈을 번 것은 부유층이었고, 고통을 겪은 것은 빈곤층과 서민이었다. 집값을 잡겠다고 보유세를 올리면 임대인은 월세를 올리고, 금리가 올라도 그 부담은 월세로 전가된다.
전형적인 ‘조세 전가의 법칙’이다. 투기를 막겠다는 정책이 도리어 서민의 목을 죄는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정책이 실제 시장에 효력을 발휘하려면 인허가 3년, 시공 3년 등 최소 6년이 걸린다.
지금의 공급량은 이전 정부들이 펴낸 정책의 결과물이다. 여기에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인에게 지나친 형사책임을 묻는 법적 환경까지 더해져 건설 시장은 더욱 위축되었고, 이는 원가 상승과 공급 축소라는 악순환을 낳았다.
부동산 시장에는 "부동산 가격은 정책이나 세금으로 조절할 수 없다. 시장의 흐름에 맡겨라"라는 격언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한겨울의 아랫목과 같다. 한쪽은 데일 정도로 뜨겁지만, 90%가 넘는 대부분의 바닥은 냉방으로 차갑다.
AI 시대의 도래와 글로벌 정세 불안 속에서 반도체, 조선, 방산 등 일부 산업은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서민 생활과 직결된 건설, 부동산, 유통, 자영업, 서비스 분야는 고사 직전이다.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부동산 가격 통제'라는 명분에 갇혀 대출을 막고 세금을 죄는 바람에 서민 경제의 피가 마르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서민 경기는 지난 팬데믹이나 외환위기 때보다 더 가혹하다.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 부동산 정책, 세제 정책, 노동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여 자금이 서민 경제의 혈관까지 다시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화려한 외교적 성과를 내고 반도체 특수가 찾아와도, 그것이 서민의 삶에 온기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민심의 매서운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치는 거창한 담론과 논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17억 근저당이 비록 합법적일지라도 민심은 "왜 우리는 안 되는가"라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펜대와 머리로만 세상을 바라보지 말고, 조선시대 임금이 잠행하여 민심을 읽었듯 현장에서 서민들과 숨 쉬며 가슴과 영혼으로 그들의 아픔을 느끼기를 바란다.
아무리 토론회를 열어 숙의한다고 한들 이미 짜여진
결론에 이르는 것들을 보면서 민심은 더욱 한숨을 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