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군 사관학교 통합, ‘더 큰 카르텔’을 만들 수 있다
(유동기 원장)
최근 국방부를 중심으로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하는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인구절벽에 따른 장교 수급 문제에 대응하고, 시설과 인력의 중복을 줄이며, 미래 다영역작전(MDO)에 필요한 합동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명분이다.
여기에 과거 군사 쿠데타 과정에서 육군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역사적 경험을 들어, 사관학교의 순혈주의와 파벌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폐쇄적인 출신주의를 타파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사관학교를 물리적으로 통합한다고 해서 군 내부의 파벌과 카르텔이 사라지는가.
필자는 오히려 그 반대의 가능성을 우려한다. 제도를 잘못 설계할 경우 육·해·공군 전체를 아우르는 더욱 강력한 ‘통합 사관학교 카르텔’이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쿠데타의 원인을 ‘육사’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 현대사의 군사 개입은 분명 뼈아픈 역사다. 그러나 그 원인을 단순히 특정 사관학교의 존재로 환원하는 것은 역사적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할 위험이 있다.
5·16 군사정변이 발생한 1961년의 상황부터 살펴보자.
한국은 1950~1953년 6·25전쟁을 겪으며 일인당 소득 67달러의 세계 최빈국으로 국토와 산업 기반이 크게 파괴됐다.
전쟁을 거치면서 군의 규모가 10 만에서 60만으로 급격하게 팽창했고 장교단 역시 빠르게 확대됐다.
그러나 전쟁 이후 군의 팽창 속도가 둔화되면서 진급과 주요 보직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됐다.
국군 창설 초기에는 일본군·만주군·광복군·중국군 등 서로 다른 경력을 가진 장교들이 혼재했고, 출신과 인맥을 둘러싼 갈등도 존재했다.
일부 소장 장교들은 군 수뇌부의 퇴진과 인사 개혁을 요구하는 이른바 ‘정군운동’을 전개했다.
이러한 군 내부의 갈등과 불만은 4·19혁명 이후의 정치·사회적 불안, 경제적 빈곤과 실업 문제 (특히, 청년실업과 대학생 취업난)등과 맞물렸다.
물론 이러한 시대적 상황이 5·16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5·16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육사 출신이었기 때문’이라는 하나의 변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12·12 역시 군 내부의 인사와 사조직 문제가 핵심이었다.
1979년 12·12 군사반란 역시 마찬가지다.
10·26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권력 공백이 발생했고, 군 지휘권을 둘러싸고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과 기존 군 수뇌부 사이의 충돌이 격화됐다.
그 중심에는 ‘하나회’라는 군내 사조직이 있었다.
하나회의 형성에는 정규 육사 출신이라는 강한 동질감과 기수문화, 인사와 진급을 둘러싼 이해관계, 지역적 연고, 권력과의 유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교육기관이 분리돼 있었다는 데 있지 않았다.
출신과 기수를 기반으로 형성된 사적 네트워크가 군의 공식적인 인사·지휘체계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구조가 핵심 문제였다.
5·16과 12·12는 시대적 배경과 주도 세력, 전개 양상이 서로 다르다.
그러나 정치·사회적 불안과 함께 군 내부의 인사 갈등과 폐쇄적인 인맥 구조가 군의 정치 개입을 가능하게 한 조건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4년 비상계엄은 과거 군사정변과 구조가 다르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는 5·16이나 12·12와는 다른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군 출신이 아니라 검사 출신으로, 검찰총장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다. 따라서 군 내부 세력이 스스로 조직화해 정권을 탈취했던 과거 군사정변과 동일한 구조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군 밖의 정치권력이 군 지휘체계를 어떤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었으며, 이를 차단해야 할 제도적 견제장치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는가라는 문제다.
2024년 비상계엄을 둘러싸고 ‘친위 쿠데타’, ‘내란’ 등 여러 정치적·법적 평가가 제기돼 왔다. 이러한 개념의 최종적인 법적 적용은 사법적 판단에 따라 엄밀하게 구분돼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군부가 정치권력을 탈취하려 했던 5·16이나 12·12와 달리, 2024년 사태는 이미 집권하고 있던 정치권력과 군 지휘부 일부의 관계 속에서 군 병력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발생 구조가 다르다.
따라서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민주화 이후 수십 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 왜 비정상적인 군 동원이 다시 가능했는가.
당시 국방·군 지휘라인을 둘러싸고 개인적 친분과 학연, 인사 관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쿠데타와 위헌적 군 동원을 막는 핵심은 특정 사관학교의 존폐보다 군 지휘체계와 인사 시스템, 정보·특수전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있다.
사관학교를 합치면 파벌이 없어지는가?
통합 사관학교를 만들면 파벌 문화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오히려 매년 육·해·공군의 생도들이 하나의 교육기관에서 장기간 함께 생활한다면 기존보다 훨씬 광범위한 동문 네트워크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는 육사·해사·공사가 각각의 울타리를 형성하고 있지만 통합 이후에는 육·해·공군 전체를 연결하는 단일 동문 네트워크가 구축될 수 있다.
즉 카르텔을 해소하려다 오히려 전군 단위로 확장하는 일종의 ‘카르텔의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강 수준의 합동전력을 운용하는 미국이 웨스트포인트,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합동성은 반드시 ‘동일한 교육기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각 군은 육상·해상·공중이라는 서로 다른 전장 환경과 무기체계, 작전교리 및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각 군의 전문성을 충분히 발전시킨 뒤 이를 실제 작전에서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진정한 합동성은 동문 네트워크의 통합이 아니라 작전 수행의 동기화(Synchronization)에서 비롯된다.
생도 통합보다 영관급 합동교육을 강화하자
20대 초반의 생도들을 하나의 기관에 모으는 것보다 실제 합동작전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영관급 장교들의 합동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더욱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각 군에서 충분한 실무 경험을 축적한 장교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합동교육을 실시하고 합동작전·사이버·우주·무인체계·AI 등 미래 다영역작전을 실제로 설계하고 지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출신학교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장교들이 실제 작전환경에서 유기적으로 협업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합동교육의 본질이다.
더 시급한 것은 인사 시스템 개혁이다.
군 내부 카르텔을 해체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개혁해야 할 것은 사관학교의 간판이 아니라 인사와 보직 시스템이다.
사관학교·ROTC·3사관학교·학사장교 등 출신 경로와 관계없이 능력 있는 장교가 주요 보직과 교육 기회를 공정하게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국방부·합참·각 군 본부의 핵심 정책·작전·인사 보직에 특정 출신이 과도하게 집중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직 선발의 기준과 절차 역시 보안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국내외 대학 석·박사 위탁교육, 국방대학교 및 합동교육 등 장기적으로 진급과 주요 보직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 기회 역시 출신이 아니라 능력·성과·전문성을 중심으로 부여해야 한다.
다만 기계적인 출신별 할당제는 또 다른 역차별과 새로운 파벌을 초래할 수 있다.
목표는 특정 출신의 몫을 다른 출신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출신 자체가 인사를 좌우하지 못하는 군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줄서기’를 없애는 평가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군 조직에서 상급자의 평가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소수 지휘관의 평가가 사실상 진급을 좌우한다면 장교들이 임무 수행보다 인사권자에게 잘 보이는 데 집중하는 ‘줄서기 문화’가 형성될 위험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휘관 평가에 동료 및 하급자의 의견을 적절히 반영하는 다면평가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하급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상급자에게만 좋은 평가를 받는 지휘관이나 특정 인맥에 의존해 핵심 보직을 이동하는 장교가 지속적으로 승진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승진심사위원회의 특정 출신 편중을 방지하고, 보직의 성격에 따라 타군 인사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방안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안전장치는 강력한 문민통제다.
쿠데타와 위헌적 군 동원을 방지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특정 학교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군이 헌법과 법률의 통제 밖으로 이탈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국방부의 문민화를 더욱 진전시키고 군 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 핵심 전투부대와 특수전력, 군 정보기관 등이 정상적인 지휘계통을 벗어나 정치적 목적으로 동원되지 못하도록 대통령·국방부·합참·국회 사이의 견제 및 검증 절차를 정교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불법·위헌적 명령에 대한 군인의 복종 거부 원칙과 보고·신고·보호 체계 역시 보다 명확하게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군 개혁의 핵심은 ‘학교’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대한민국은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오늘날 세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국가로 성장했다. 이제 AI·반도체·조선·방산 등 첨단 산업의 경쟁력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에 걸맞은 군 개혁 역시 과거에 대한 정치적 반작용이나 단순한 조직 통폐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육군 중심, 육사 중심의 폐쇄적 인사문화가 존재한다면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그러나 그 해법이 반드시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물리적 통합이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사관학교의 외형을 통합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군의 인사·평가·교육·지휘·통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출신학교가 승진을 결정하지 않는 군, 사적 인맥보다 공식 지휘체계가 우선하는 군, 육·해·공군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전장에서는 완벽하게 통합되는 군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군 개혁이다.
사관학교 통합은 한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국가안보의 중대한 결정이다.
따라서 ‘통합이 곧 개혁’이라는 단순한 등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카르텔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를 통합했다가 오히려 육·해·공군 전체를 연결하는 더 거대한 카르텔을 만드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2024년 비상계엄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군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군 통수권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현행 헌정구조 아래에서 대통령의 권한과 군 지휘권에 대한 민주적 견제장치가 충분한지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 특정 대통령 개인의 성향과 선의에 의존하는 통제는 제도적 통제가 아니다.
따라서 군 내부의 인사·지휘체계 개혁과 함께 대통령의 군 통수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되지 못하도록 국회와 헌법기관의 실질적 견제장치를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도 논의해야 한다.
결국 군 개혁의 진짜 질문은 “어느 학교를 나왔는가”가 아니다.
“어떤 기준과 절차로 군인을 평가하고 지휘하는가, 그리고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군과 그 군을 지휘하는 정치권력을 누가, 어떤 제도로 통제할 것인가.”
대한민국 군 개혁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킬럼 리스트 : 유동기 원장